11주차 강의소감문 (5/10~5/19) 미국 TV 드라마 산업의 이해 _ 임정수 교수
나는 미국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었다. HBO의 <왕좌의 게임>이나 AMC의 <워킹데드>처럼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보면서 필시 미국에는 제리 브룩하이머 같은 위대한 프로듀서와 최고의 연출진, 작가, 스태프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미국의 그것을 쫓아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은 결국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 임정수 교수님의 <미국 TV드라마 산업의 이해> 수업을 들으면서 완성도 높은 드라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닌 리스크(위험 부담)를 줄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수님은 수업 서두에서 우리가 미국의 미디어 산업을 연구하고 학습하는 건 그들을 롤모델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 각 산업들이 서로 어떻게 화학작용 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참고하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기존에 내가 가진 선입견이 바로 이 지점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시장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크다. 시장을 형성하는 자본은 물론 시청자 수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드라마가 시작된 역사도 결이 다르다. 드라마라고 해도 ‘한국’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가 공유하는 지점이 거의 없는 셈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다. 한 발 앞선 미국 드라마 산업과 함께 우리 드라마 산업 구조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미국 드라마 산업에서 리스크 관리를 주도하는 주체는 스튜디오다. 스튜디오는 영화 사업으로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초반 미국 드라마 산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그들의 입김은 개별 방송사의 그것보다 셌다. 1970년대 도입된 핀신룰pin/syn Rule은 스튜디오로 하여금 많은 돈을 벌게 해주었고, 스튜디오가 방송사를 사들여 수직계열화 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후 방송사를 소유하게 된 스튜디오는 걸림돌이 되어버린 핀신룰을 폐지해 버린다. 핀신룰이 폐지되자 제작비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2000년대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미드’들이 제작되기 시작한다. 핀신룰이 스튜디오의 배를 불리는 동안 독립 제작사들은 드라마 산업에서 완전히 설 자리를 잃어갔다. 결국 독립 제작사는 스튜디오에 종속되고 만다. 현재 한국에서 외주 제작사가 방송사와 가지는 관계도 불합리하다고 느껴졌는데, 내가 이상적으로 여겼던 미국에서는 그보다 더 심한 불합리가 자행된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왕좌의 게임>도, <워킹데드>도 결국은 스튜디오가 가진 무지막지한 힘과 자본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는 ‘스튜디오 드래곤’ 단 한 곳이다. 이마저도 CJ가 가진 수십 개의 채널과 20년간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미국과 같은 스튜디오가 우세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한국 드라마 산업의 미래를 위한 다각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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