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시간이 빨리 흐른것처럼 느껴지나봅니다.

두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먼저 아시아 드라마 컨퍼런스에서 느꼈던 것, 그리고 팀기획안 회의를 하면서 느꼈던것. 

 아시아 드라마 컨퍼런스에서 느꼈던건 드라마에는 정말로 정답이 없다는 겁니다. 이번 컨퍼런스의 부제가 ‘경계를 넘어’뭐 이런거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음… 경계를 넘어….물론 좋은 말입니다. 틀린 말도 아니구요. 실제로 이제 국가간의 경계는 점점 의미를 잃고있죠. 우리는 자본과 인력시장뿐만 아니라 문화까지 글로벌화 되어가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여러 발제자분들의 발표를 들으며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 정말로 제각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국의 문화차이를 고려해서 정말 ‘아시아 시장’에 먹힐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이 계신가 하면, ‘어짜피 사람사는 얘기니까 근본적인건 똑같다.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면된다 ‘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려면 무조건 외국 드라마를 따라할게 아니라 우리만이 갖고 있는 특징,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어필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한류’라는 현상에 대한 시각도 제각각, 보편적인 감성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도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밖에도 특별히 어떤 관점을 제시하기보다 « 뭐 어찌됐든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이런식으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답니다. 어떻습니까, 좀 짱이지 않아요 ? » 에 가까운 발표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물론 그런 발표들도 매우 유익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경계가 무의미한 시대가 왔다고 해도 개개인이 가진 생각의 차이, 가치관의 경계는 넘고 싶다고 넘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것. 의기투합해서 으쌰으쌰한다고 하나로 모아질 수 있는게 아니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걸 비관적으로 바라보는건 아니에요. 오히려 전 그래서 더 이 세상이 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통합과 타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거라고.

 팀별 기획안을 준비하면서도 이 ‘통합과 타협’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최가영 작가님도 말씀하셨던건데,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사이에서 타협하려는 시도는 망하는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이도저도 아닌게 나와버리니까요. 팀 기획안 작성은 다른 사람과 타협하는 연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다 어느정도 만족하고, 또 어느정도는 불만족 할 수 밖에 없는 중간지점을 찾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내 생각이 더 낫다’, ’내 아이디어가 더 좋은 아이디어다’ ‘내 쪽으로 넘어와라’ 라는걸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그래서 팀 기획안 회의는 언뜻보면 의견들 사이의 조정과 중재를 위한 회의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경쟁이고 싸움이에요. 설득시켜서 넘어오게 만들어야 해요. 서로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적어도마지못해 받아들이게라도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더 어렵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트러블이 없는 상황에서도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게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재미있습니다. 재미있어서 평생하고 싶어요. 하지만 앞으로 평생동안 이 일을 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평생’이 그다지 길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굉장히 비장해지네요. 아무튼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