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 저랑 이름이 똑같은 국장님이 계신다고 합니다. 김석윤 국장님. 꼭 한번 만나뵙고 싶습니다. 수요일에 있었던 오환민 CP님 수업에서 CP님이 제 이름이 국장님 이름이랑 같다며 자꾸 석윤아 석윤아 하고 이름을 불러주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수업에 굉장히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클릭유어하트라는 인터렉티브 웹드라마를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저도 원래 인터렉티브 드라마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다닐때 인터렉티브 드라마를 몇개 기획해서 만들어 본 적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당시 제가 얻었던 결론은 드라마 시청자 입장에서 인터렉티브 드라마는 그다지 매력적인 컨텐츠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텍스트 명령어를 쳐서 진행해야 하는 정말 초초초초고전게임부터 인디아나 존스나 원숭이 섬의 비밀처럼 루카스 아츠에서 만든 도스용 게임들을 초등학교 시절에 많이 했어요. 요즘에는 텔테일게임에서 ‘워킹데드’ 나 ‘왕좌의 게임’ 같은 유명 미국드라마의 스핀오프격인 어드벤처게임들을 만들고 있는데, 신작이 나올때 마다 해보고 있습니다. 이런 게임들은 그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는 게임들이에요. 사실 게임이라기보다는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에 더 가깝죠. 저는 어린시절부터 언젠가 나도 이런 컨텐츠를 만들고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거에요. 그러던 어느날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유튜브의 특수효과 기능을 이용해서 시청자가 스토리의 진행방향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구현한 인터렉티브 웹드라마였어요. 좀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간 내에 피자를 배달해야하는 병맛 B급 스토리라인을 갖고있는 드라마였는데(피자 프렌차이즈 홍보용 드라마였음), 예상외로 볼만 했어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어? 웹 플렛폼을 이용하면 어드벤처 게임을 만드는 것 보다 훨씬 쉽게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겠는데 ?'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자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하고, 또 혼자는 그래픽 디자인 같은거 못하니까 게임 개발사에 들어가야 하고, 우리나라에는 어드벤처 게임만드는 회사가 없어서 해외로 나가야 하고…… 아무튼 앞길이 까마득해보이는데, 유튜브에 영상찍어서 올리는건 지금 당장 학생 신분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한 번 해보기로 한거죠. 그래서 몇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뭔가 싱겁게 느껴지더군요. 별 재미가 없었어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촬영해서 만들어야 하니까 이야기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복잡하고 심도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제대로 찍으려면 꽤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어요. 그때가 2013년이었나 ? 그쯤이었는데 그때 마침 ‘비욘드 투 소울즈’라는 게임이 출시됬어요. 엘렌페이지와 윌리엄 데포를 캐스팅해서 실사영화에 가까운 그래픽을 구현한 어드벤처 게임이었죠. ‘영화 같은 게임’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다’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큰 기대를 모았던 게임이에요. 이 게임을 보고 인터렉티브 웹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간단한 시스템 으로는 섬세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하기 힘들다는걸 더 절감했어요. 인터렉티브 웹 드라마라는건 드라마가 가진 스토리텔링에 인터렉티브성, 다시말해 게임성을 덧붙이는 거에요. 게임같은 드라마를 만드는거죠. 그런데 사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미 영화같은, 드라마 같은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시청자(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 처럼 느끼게 해주는 매커니즘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웹을 기반으로 한 웹드라마가 세계최고의 프로그래머들이 달라붙어서 만들어네는 게임 시스템을 따라갈 수 있을리가 없어요. 그래서 ‘게임같은 드라마’ 는 결코 ‘드라마 같은 게임’ 만큼 섬세하고 복잡한 서사구조를 담아낼수 없다. 이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인터렉티브한 구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터렉티브 웹드보다는 게임을 택할꺼고, 아무 생각없이 드라마를 보고 싶은 사람들, 혹은 화면 속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하고 싶은 사람들은 인터렉티브성이 없는 그냥 드라마를 택하겠죠. 인터렉티브 웹드는 드라마와 게임사이에 끼어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될 것이다. 수요가 굉장히 한정적일것이고 상품성이 없다 – 라고,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으면 그냥 게임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환민 CP님의 클릭유어하트는 예외였던 것 같습니다. 중국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는데, 그게 단순히 시장의 규모가 커서 작은 파이의 수요층만으로도 충분히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중국에서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웹플렛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정도의 인터렉티브성을 가진 컨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발생해서 메인스트림을 이루고 있는건지는 좀 더 공부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확실한건 지금 당장 상품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종류의 컨텐츠를 계속 시도해볼 수 있는, 시장 문을 계속 두드려 볼 수 있는 기반은 생겼다는 거죠. 오환민 CP님의 특강으로 인해 사그라들었던 제 열정(인터렉티브 드라마에 대한 열정ㅋㅋㅋ)이 다시 되살아난 것 같습니다. CP님의 설명이 끝나고 20분동안 즉석에서 한장짜리 기획안을 써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열정이 되살아나서(?) 그런지 굉장히 술술 잘 써지더군요. 이번에 쓴 인터렉티브 웹드 기획안은 잘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더 다듬어서 진짜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같이 만드실분은 연락주세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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