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이상 새학기를 맞이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할 수 있는 입학과 졸업은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2월의 끄트머리에 특별한 새학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겹도록
맞이해왔던 새학기지만, 그 특유의 어색함은 여전했습니다.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딘가에서 무얼 새로 시작하는 경험이라면 수도 없이 해왔는데 아직도 어색함에 눈동자만
굴리고 있어야 하나 하구요. 첫 주의 시작에 최형미 원장님의 수업이 없었더라면, 그 자괴감이 조금 더 오래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의 특성을 알고
상대의 특성을 알아야 제대로 리드할 수 있다는 수업 전반의 내용은 제 오랜 과제를 해결해주었습니다. 특히나 DESK 테스트로 각자의 유형을 파악해보는 시간이 인상 깊게 남습니다. 많지
않은 문항으로 구분되었지만, 같은 그룹 내에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타 그룹을 보면서는 미리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다음날부터는 교실을 들어서며 느끼던 어색함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처음 만나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분석 결과와는 다르게, 평소보다
빨리 동기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작 현장을 이끌 제가 어느 현장이든 ‘처음’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이 수업을 떠올리게 될 거 같습니다. 물론 그땐 테스트 같은 건 없겠지만, 나의 성향은 이러하고 앞으로
내가 함께 일하게 될 스탭들의 성향은 이렇구나 파악하면서 현장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
2주
동안의 수업을 짧게 요약하자면, ‘현업 vs 학계’라고 표현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박상주 사무국장님의 첫 오리엔테이션부터
박태영 삼화네트웍스 본부장님, 유수열 고문님, 서영록 프로듀서님이
해주신 실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박상완 교수님, 박노현 교수님이 진행해주신 학계에서 바라보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로 말입니다. 어느 한 쪽의 손을 드는 평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양쪽의 관점을 아울러 생각할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하루는 학계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직은
제3자인 저는 드라마에 대해 더 풍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3자인 지금 더 많이 고민하고 공부해야겠다고 느끼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 지점은 특히나 드라마프로듀서스쿨에서만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드라마를 치열하게 탐구해볼 수 있는 건 이곳이 아니면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다각도로 드라마를 파고들고 파헤칠 수 있는 커리큘럼이길 기대하게 됩니다.
3.
주말
동안 지난 2주를 돌이켜보니, 짧은 줄만 알았던 하루 3시간의 수업이 벌써 많은 것을 쌓아두었습니다. 대학 개강 첫 주는
놀고 먹던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어, 사실 2주 동안은 낯선
지역에 낯선 사람들을 만나러 놀러 오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점차 수업의 내용을 소화하고
체화해 제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3월이 시작되었습니다. 날도 풀리며 봄도 점점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설렘은 이쯤해두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해야겠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