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오락인가, 예술인가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질문은 퍽이나 난처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노현 교수님의 <드라마와 인문학의 이해>라는 강좌가 지난 2주간 들었던 강의 중 가장 흥미로웠던 이유는 바로 이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생각하고 풀어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평소에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은 '왜 그런 걸' 이라는 수식을 자주 붙였습니다. 누가보더라도 영화는 예술의 영역이지만, 드라마는 대중매체 속의 오락문화일 뿐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저 자신도 그런 생각이 아예 없었다고 쉽게 단언할 수 없습니다. 박노현 교수님의 첫 강의 질문은 바로 거기서 시작했습니다. 왜 우리는 위대한 음악가라고 하면 베토벤, 모차르트,차이코프스키는 떠올리면서 유재하, 김광석, 하다못해 한국의 수많은 아이돌들은 떠올리지 않는지. 우리가 무의식 중에 만들었던 미적 위계라는 '편견'이 예술이라는 영역을 편협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드라마를 하겠다는 나 자신도 그런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는 사실에 많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예술에 대한 정의, 미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것이 예술을 논할 때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에 대한 사례로 우리 나라 몇몇 드라마에 대한 고찰, 미국드라마 등에 관한 얘기도 덧붙여졌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굉장히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특히 워킹데드를 추천해주셨는데, 이 드라마가 단순히 물고 뜯고 죽이는 좀비물이 아니라 생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선택의 문제를 조명한다고 말씀하셨을 때, 제가 그동안 얼마나 좁은 시선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지 깨우치는 바가 많았습니다.) 지난 2주 동안 제작현장에서 오신 강사분들이 실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드라마를 학문적인 입장에서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수업을 다 들었다고 해서 앞선 질문-드라마는 예술이다, 아니다-에 쉽게 정의내리는 것은 여전히 힘듭니다. 하지만 적어도 드라마를 '만들어보겠다'는 우리 PD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자부심을 느끼는 예술이 되어야 보는 이도 아름다움을 지닌 예술로 느낀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드라마를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만들어야한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제가 얻어가는 최선의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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