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명 2/24 (금) 드라마와 역사이해 (박상완 교수) 2/28 (화) 드라마와 인문학의 이해 (박노현 교수) 1. "지금, 여기, 우리 세 단어면 돼요" 젝스키스의 곡 <세단어>의 킬링파트다. 박상완 교수님의 <드라마와 역사이해> 수업은 이 한마디로 축약된다. 이 수업은 크게 3가지 파트로 진행됐다. '역사드라마'에 대한 정의,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역사드라마의 흐름, 그리고 역사드라마 기획 사례와 기획의 중요성이다. 수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현재적 재해석'에 대한 역사드라마의 사례였다.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은 그 흔하고 흔한 한국형 히어로 '홍길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1998년 SBS <홍길동>, 2008년 KBS <쾌도 홍길동>에 이어 10년에 한번꼴로 등장하는 홍길동. 홍길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계속해서 재탄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현실에서 살기가 퍽퍽해질 때마다 사람들은 나라를 구원해줄 영웅을 바란다고 생각한다. 1998년은 1997년 IMF가 터진 직후였고, 2008년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는 위기를 맞이했다. 2017년은 2016년 10월에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해 경제, 사회, 정치 곳곳에서 비리, 차별, 혐오, 양극화 현상이 팽배하고 있다. MBC가 2017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홍길동은 어떤 모습일까. 박상완 교수님은 <역적>의 홍길동이 출신부터 현재적 재해석을 했다고 이야기하셨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은 현재적 관점에서 엄연히 금수저라는 것이다. 서자이면서도 병조판서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금수저가 일으키는 사회혁명에 대해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을 할까. 그렇기에 홍길동의 출신을 흙수저 중의 흙수저인 씨종 아모개의 아들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 우리" 결국 이 세단어가 품고있는 함축적 의미는 드라마 기획자는 현대적 감수성을 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라는 문화콘텐츠를 기획할 때, 지금 우리에게 소구할 수 있는 '과거'를 선택하고 '어떤' 이야기로 각색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과거'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재미를 주면서도 현재의 시대의식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작용해야 한다. 위는 역사드라마뿐 아니라 여타의 수많은 드라마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모든 드라마는 사실적 허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통해 단일한 관점으로 해석하는 기획의 위험성에 대해 느꼈고, 같은 소재라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할 수 있기에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는 것, 당대의 사람에게 특히 소구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게 기획자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2. "원 밖으로 나가라" tvN <로맨스가 필요해2>의 주열매는 넓은 운동장에 서있는 윤석현 주변에 커다란 원을 그린다. 그리고선 말한다. "넌 이 동그라미 안에서 맨날 나를 밀어냈어. 넌 좋겠다 이 동그라미 안에서 혼자 남아서" 28일 박노현 교수님의 <드라마와 인문학의 이해> 수업은 이 원 밖으로 나올 것을 이야기하는 수업이었다. '드라마는 상업인가, 예술인가'를 물으며 시작된 이 수업은 시대가 변화하면서 예술의 영역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KBS <추노> 24회의 한 장면이었다. 17세기 조선 민초들의 삶을 다룬 <추노>에는 mc 스나이퍼의 '민초의 난'이 ost로 삽입됐다. 조선시대를 다룬 역사드라마에서 힙합을 ost로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17세기 조선의 노비가 받았던 핍박과 그로 인해 탄생한 사설시조가 20세기 흑인들의 저항의식에서 비롯된 힙합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교수님께선 사극에서 힙합을 ost로 사용한 첫 사례라고 하셨다. 전반적인 수업을 통해서 내가 느낀 것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문화를 체감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게 문화콘텐츠 기획자에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은유적 의미를 드라마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가령 수업시간에 본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은 피클병을 여는 데 집착하고 안열리자 던져버리며, 모든 걸 다 뺏어갔음 이런거라도 열려야지 내 맘대로 되는게 없다고 이야기한다. 추노의 저항의식의 은유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표현이 민초의 난으로 작용했다면, 연애시대에서 되는 것 하나없는 현실에 대한 주인공의 본심은 피클병으로 표현된다. 스스로 원을 그려놓고 이 원 안에서만 생각하고 기획하려는 것은 문화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경계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전혀 관계 없을 것 같은 두 콘텐츠가 융합해 일으키는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일상의 에피소드라도 사람들과 정서적 공감을 하면 잊지못할 명장면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평상시 내가 겪은 경험과 그에 대한 감정을 기록하는 게 중요함을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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