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현직에 계신 분들과 학문의 영역에 계신 분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커리큘럼이라 좋았습니다. 그중에 특히 충남대학교 박상완 교수님의 '드라마와 역사 이해'라는 수업이 가장 유익했습니다. 이 수업에서는 역사 드라마의 정의와 의미, 국내 역사 드라마의 계보에 관해 공부했고, 실제 사례들과 함께 기획의 가치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세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려 아쉬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을 드라마화하는 과정에서 흔히 가지고 있는 인식-픽션보다 팩트가 더 우월하다-이 어쩌면 지극히 편협한 시각일 수도 있겠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었습니다. 정사(正史)에 기록된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야만 훌륭한 역사 드라마인가, 과거 사실을 완벽하게 재현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동서양의 인식 차이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며 나름대로 오랜 시간 역사를 공부해왔지만, 역사적 사실을 드라마로 재구성한다는 점은 언제나 어려운 과제처럼 여겨졌었고, 새로운 드라마 기획안을 고민할 때도 은연 중에 역사 드라마는 배제하고 생각해왔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기에, 역사라는 공간은 이미 한참 전에 완성되어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견고한 성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수업을 들으며 역사 드라마 역시도 방영되는 시점의 사회 문화적 영향을 받고, 현재의 시대의식과 공명할 때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업에서 박상완 교수님은 지금까지 방영된 역사 드라마와 방영 당시의 시대상을 비교해보면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직접 공부하고 분석해야봐야겠다고 다짐한 시간이었습니다. 새로 알게 된 것도, 앞으로 알고 싶은 것도 더 많아진 유익한 수업이었습니다. 또한, 현실적인 이야기- 잘 된 기획안과 부족한 기획안의 비교 등-와, 학문적인 이야기-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등-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스쿨 개강 이후 들은 모든 수업이 기대를 100% 충족시켜준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좋은 수업들 덕분에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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