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쯤 인터넷 상에서 드라마 <우리 갑순이> 속 한 장면이 데이트폭력으로 논란이 됐던 적이 있습니다. 남자주인공인 갑돌이가 이별을 통보한 여자주인공 갑순이를 강제로 벽에 밀친 뒤 키스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이 방송된 후 많은 시청자들이 해당 장면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하며 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심의위원회가 내놓은 결론은 ‘문제없음’ 이었습니다.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많은 네티즌들이 방통위에 대한 비난을 가했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일은 내가 갖고 있던 방송 통신 심의위원회에 대한 편견을 더 견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항상 ‘방통위’에 대한 궁금증과 방송 심의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제게 월요일에 진행됐던 <방송심의제도와 사례>강의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첫 번째 궁금증은 방송 심의가 대체 어떤 경로로 이뤄지는가,였습니다. 분명 직원은 한정되어 있을 테고 실질적인 결정권자는 몇 명의 의원들인데 우리나라에서 방영되는 모든 방송들을 다 본다는 게 가능한 일일지 궁금했습니다. 강사님은 드라마 <프로듀사>에 방영됐던 심의위원회와 관련된 장면을 보여주시며 실제 방송심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프로듀사>에 나온 장면과 실제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에 대해 비교해주시면서 설명해주신 덕분에 이해하기가 더 수월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또 다른 궁금증은 대체 어떤 기준을 갖고 심의를 진행하는걸까, 였습니다. 법처럼 정해진 조항이 있는건지, 있다면 그걸 어떻게 적용시키는건지 궁금했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 그 궁금증 역시 해소되었습니다. 강사님께서는 실제 사례들을 보여주시며 심의 기준과 조항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또 단순히 사례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드라마 <천상의 약속>을 보고 저희가 직접 심의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직접 심의를 해보면서 심의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하고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분명 같은 드라마의 같은 장면을 봤는데도 수강생들이 내린 결론은 다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경고를 누군가는 주의를 얘기했습니다. 앞뒤 맥락, 표현의 자유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며 심의를 내린다는 게 정말 복잡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이번 강의를 듣고 심의위원회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심의위원회가 내리는 모든 심의 결과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심의위원회에 대해 예전보다는 좀 더 너그러운 시선을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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